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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키스와 필레몬

지평선의순례자 2008. 6. 20. 14:12

제우스가 사람들의 마음을 알아보기 위해 아들인 헤르메스와 함께 인간으로(그것도 거지의 모습으로) 변장을 해서 인간 세계로 내려왔는데, 두 사람은 지친 모습으로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하룻밤만 재워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야박한 마을 사람들은 두 부자를 집으로 들여주기는 커녕 문조차 열어주지 않거나, 심한 욕설로 내쫓기 일쑤였다.


결국 두 사람은 다 마을 변두리의 초라한 집으로 찾아가 하룻밤만 재워달라고 청하였다. 그 집에는 두 노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그들은 따뜻하게 지친 두 부자를 집안으로 들였다. 이 두 부부가 바우키스와 필레몬이었다. 부부는 두 사람을 위해 의자를 내놓고, 할머니는 정성스럽게 그 위에 깔개를 얹은 후 앉으라고 권했다. 그리고 곧 필레몬은(할머니) 불을 피우고, 손님들이 추위를 느끼지 않도록 불을 더 지폈다. 필레몬이 뒤뜰에서 가꾼 채소를 뜯어오자, 바우키스(할아버지)는 식사 준비를 했다. 노부부는 이 지치고 힘든 손님들을 위해 자신들에게 하나밖에 없는 거위를 잡고, 한 병 뿐인 포도주를 꺼내왔다. 식사 준비를 하면서도 두 부부는 손님들이 심심하지 않도록 얘기를 건네주었다.


음식이 다 준비되자 식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식사를 하는 동안 아무리 마셔도 포도주가 줄어들지 않았다. 줄어들기는 커녕 주전자 속에 술이 저절도 가득 차는 것이었다. 이 광경을 본 부부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그제서야 두 손님이 보통 사람이 아니란 것을 알고 땅에 엎드려 소홀하게 대접한 것에 대해 용서를 빌었다. 제우스는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해주며 다른 인간들은 벌할 것이니 우리와 함께 산 위로 가자고 했다.


필레몬과 바우키스, 그리고 두 신이 산에 올라가 마을을 내려다보자 마을은 벌써 온통 물바다가 되어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두 부부의 집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더구나 초라해서 금방 쓰러질 것 같았던 집이 궁궐처럼 변해있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제우스는 두 부부에게 무슨 소원이든지 들어주겠다고 했다. 두 부부는 잠시 동안 의논한 뒤 대답했다.


"우리 부부가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죽게 해 주십시오.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이 먼저 죽는다면 남은 한 사람이 너무 슬플 것입니다."


두 부부의 소박하고 아름다운 꿈에 제우스도 감명을 받아 그 소원을 들어주었다.


훗날 두 부부가 마당에 있는 의자에서 옛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바우키스는 필레몬의 몸에서 나뭇잎이 돋는 것을 보았다. 필레몬도 바우키스의 몸에서 같은 것을 보았다. 필레몬이 소리쳤다.


"여보, 당신이 나무로 변하고 있어요!"


"필레몬, 당신도 그래요."


"아아, 우리의 소원이 이루어지고 있는 거예요. 편히 쉬세요. 사랑해요..."


두 사람은 동시에 말했다. 소원대로 두 사람은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나무가 되었다. 바우키스는 보리수로, 필레몬은 떡갈나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