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여!
우리 교회는 일주일에 딱 한번 예배가 있다. 남산댁 할매가 예배 삼십분 전에 찾아와 종을 울리고는 했다. 그 할매 밥숟가락 놓고 천당구경 가신 뒤부터 내가 종지기다. 종루 아래서 종줄을 잡아당기며 짧은 기도를 바치곤 했다.
아멘 할렐루야 빼면 말이 버벅거리는 열성신자나 아따 못믿겄네 교회 때려치운 분들이나 나무아미타불 입에 붙은 불자들이나 할 것 없이 모두 평화롭게 잘 살자는 뭐 그런 내용의 기도였다.
그런데 재작년 겨울에 종추가 떨어지는 바람에 종은 모양 뿐이요 평화를 비는 기도도 중단되었다. 아마 내가 종기도를 중단한 때문에 미국이 저 난리굿을 치며 싸움질을 즐기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길동무가 주지소임을 보시는 천년고찰 해남 미황사에 범종이 없다 하여 같이 걱정을 했다. 생긴지 십년인 우리 교회도 종이 있는데, 물론 지금은 쓰지 못하는 종이지만, 오래 된 절집에 종이 없다 하니 마음에 적이 걸렸다.
그래서 교우들에게 상의하고 얼마간 헌금을 떼어 사랑을 나눈 일이 있었다. 그런데 엊그제 스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범종을 마련하셨다고 구경오라신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우리 교회 고장난 종을 새것으로 바꿔주시겠단다. 본사가 말사(?) 챙기는 것은 당연지사란다.
첨에 우리 사귈적 만났다하면 서로 본사 주지라고들 앙앙거렸다. 그러던 어느 해 절 행사에 놀러갔다가 못볼 것을 보고 말았다. 절집 창건일자를 보니 무려 천년이 넘었더라. 무릎 딱 꿇고 고개 팍 숙일 밖에. 아무튼 덕분에 교회 종을 다시 울리게 되었다. 염치 불구 받을 생각이다. 절집 종과 교회 종이 형제가 되어 맑게 울릴 겨울하루 놀러들 오시라, 평화로운 남녘땅에.
몇 해 전 내가 화제를 띄운 몇 구절로 서예가 심응섭 선생이 베를린에서 전시회를 가진 일이 있었다. 구경차 독일에 건너갔다.
눈이 퍽퍽 쏟아지던 날, 루터교회 친구 목사(독일인)가 놀러가자고 하도 꼬드겨서 라이프찌히행 기차에 올라탔다. 그 길로 꿈에도 그리던 성토마스교회를 방문하게 되었다.
바흐가 마태수난곡을 작곡한 개신교회다. 천년도 넘은 그 교회에 앉아 목사로 살고 있는 일을 행복해했다. 만약 내가 불교 승려였다 해도 똑같이 행복했을 것이다. 그 교회 건너편에는 독일 통일을 이끈 중앙교회가 있는데, 거기는 중앙로다. 라이프찌히 대학건물도 옆동이다.
요즘 절집도 해외 포교를 가는 모양이다. 그런데 천년묵은 성토마스교회 앞에다 절집 차려놓고 그 거리 이름을 시비 건다면 말이 되는 소린가.
중앙교회로를 종교편향이라고 당장 바꾸라면 몰상식도 그런 몰상식이 없을 것이다. 요즘 광주지하철 증심사역 이름을 바꾸라고 기독교 관계자님들이 데모중이라고 들었다. 당장 데모를 그만두시라. 가만있으면 중간은 간다. 오히려 선교에 방해가 되는 억지꺽기다.
불교는 천년도 훨씬 전이요 개신교는 백년 조금 넘었다. 성질이 너무 급하신 거 같다. 증심사는 독일로 치자면 라이프찌히 성토마스교회요 중앙교회다. 바흐가 오르간을 치던 교회인 거다. 그곳으로 가는 전철역 이름 하나 빼앗아서 뭐 하나.
우리 한국기독교가 어른스러워지면 시청 앞에 예수로가 생겨도, 아무개교회역이 생겨도 딴지 걸 사람 하나 없을 것이다. 이참에 불교인들도 기독교인들 다 싸움닭 아니니까 다정한 손 내미시기 바란다. 먼저 목사님들하고 스님들하고 같이 무등산 계곡청소나 하자. 밥은 증심사에서 내시고.
임의진(남녘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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