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와 이슬람의 만남
출처 : 김동문의 중동 읽기· 세상 읽기· 교회읽기 | 김동문
원문 : http://blog.naver.com/yahiyakim/100022241081
모처럼 할리우드나 서구 영화에서 이슬람 세계와 무슬림 지도자가 악인만은 아니라는 표현이 나왔다. 영화 <킹덤 오브 헤븐>이 그 대표적인 예. “아랍인들, 특히 무슬림들은 반미 의식이 강하지요?” 너무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다. 그러나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이슬람 세계의 반미 정서는 심하지 않다. 미국과 유럽의 문화는 이슬람 사회에서 큰 저항감 없이 생활 깊숙이까지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의 대외 정책은 반대해도 미국 문화는 수용한다. 감정적 반미나 반서구 경향은 흔하지 않은 풍경이다. 반면 서구 사회의 반 이슬람 의식은 깊어 가고 있다. 9·11 이후 반 이슬람 정서가 강해지면서 무슨 일만 터지면 단지 무슬림이라는 이유만으로 용의자 혐의를 받는다. 지난 7월 7일 영국 런던에서 연쇄 폭탄 테러가 발생하자 언론은 일제히 알카에다의 소행으로 단정했다.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의 위협이라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전 세계적 합의도 한몫하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왜 이슬람 세계와 서구 사회 간에 이 같은 시각 차이가 생긴 걸까? 그 차이를 이해할 때 이후 이슬람과 기독교의 만남에 있어서 균형 잡힌 자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슬람에서 유럽이나 미주로 이주한 이민자들은 어떤 꿈을 가지고 있을까? 이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은 이유, 아니 다른 지역 출신 이민자들과 똑같은 이유로 이민자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기독교인들 중에는 무슬림들의 해외 이주를 유럽과 미주 지역의 이슬람화를 위한 군사적 전략이나 선교의 차원에서 이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이는 이상한 일이다.
풍경 1, 비이슬람 국가의 무슬림들
중동 대부분의 이슬람 사원은 예배로 모이고 이내 흩어지는 장소다. 평소 꾸란을 공부하는 꾸란 학습 과정이 개설되기도 하지만 친교 장소이기보다 예배 장소의 성격이 짙다. 그런 이유로 현지 이슬람 사원에 다른 국적의 무슬림이 예배에 참석해도 크게 어색하지 않다. 예배만 드리고 자리를 떠나므로 아무런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예배 출석 통계도 없다. 예배 출석하지 않는다고 이슬람 사원에서 성직자들이 심방 오거나 심방 예배 같은 것을 강제하지 않는다. 무슬림으로서 길을 가다가 가까운 사원에 들러 예배에 참석해도 아무렇지 않다. 무슬림이 절대 다수인 지역, 즉 무슬림의 본토 친척 아비 집에서 보이는 이슬람 사원의 일반적인 풍경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은 걸프 연안 국가의 이슬람 사원 풍경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낮 시간에 이슬람 사원에서 만나게 되는 이들은 일자리를 찾아온 다른 이슬람권 출신 무슬림 노동자들이다. 정해진 시간에 무슬림 예배에 참석하는 것은 아무런 장애도, 제재도 받지 않는다. 현지 무슬림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 걸프 연안 국가의 이슬람 사원, 정해진 예배에서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이들 무슬림 노동자들이다. 그러나 미국이나 유럽 등 비이슬람 국가의 이슬람 사원에서 만나는 무슬림들은 이와 사뭇 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그곳에는 다양한 민족이 무슬림이라는 하나의 공통분모를 가지고 모인다. 정해진 예배가 전부가 아니다. 예배 시간 전후로 꾸란 공부를 하고 다과를 함께 하며 교제 시간을 갖는다. 이 시간은 이슬람권 출신 이민자들의 생활에 활력소가 된다. 이민 선배들의 조언도 듣고 유학생들의 애환도 나눌 수 있다. 민족이나 국적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슬람 형제애가 자라게 된다. 이슬람 다수 국가의 이슬람 사원이 은근히 타민족에 배타적인 성격을 지니는 것과는 사뭇 다른 풍경인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LA 근교의 한 이슬람 사원의 금요일은 색다른 풍경을 자아낸다. 동남아시아와 중동 각지에서 온 무슬림 이민자들이 함께 모여 금요 예배를 드린다. 설교는 영어와 아랍어가 섞여서 진행된다. 그런데 영어도 아랍어도 모국어가 아닌 예배 참가자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어떻게 설교 내용도 알아듣지 못하면서 사원 예배에 참석하는 것일까? 여기에는 무슬림 이민자라는 공통분모가 충분한 이유가 된다. 미주 지역의 이슬람 사원 대부분은 이렇게 다국적 무슬림들이 모인다. 이집트 무슬림 사원, 모로코 무슬림 사원, 파키스탄 무슬림 사원 식으로 동족끼리 따로 모이는 이슬람 공동체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들 무슬림들은 이민자로서 결코 쉽지 않은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무슬림의 경우 금요 예배를 더 중요하게 여기지만 그날이 평일인지라 자유롭게 사원 예배에 참석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금요 예배를 우리의 주일 낮 예배만큼 소중하게 여긴다. 비 이슬람 사회에 적응한 결과다. 자녀들의 신앙 교육에 대해서도 우리와 다르지 않은 고민을 하고 있다. 부모들은 혹여 서구 문화 속에 방치되어 이슬람 정신과 무슬림으로서의 정체성이 훼손될까봐 노심초사한다.
지난해 7월 초순 시카고 시내의 무슬림 밀집 지역을 찾았다. 이곳 이슬람 사원 중 일부는 주일에 무슬림의 금요 예배에 버금가는 일요 예배를 드리고 있다. 일요일이 휴일인 미국 상황에 대처하고, 금요 낮 예배에 참석하지 못하는 무슬림들과 그 지역 기독교인이나 타종교인들을 고려한 조치였다. 즉, 이방 땅에 살고 있는 무슬림들을 배려하고 이슬람 선교를 위한 것이다. 예배 시간을 단축하는 사원들도 많다. 사실 무슬림의 기도 시간은 날마다 변한다. 시카고의 이슬람 사원의 경우 낮 예배 시간을 아예 오후 1시로 잡고 있다. 날마다 2~3분의 차이가 나지만 1시가 예배 시간으로 지켜지고 있다. 지난해 6월 초순 영국의 맨체스터 지역을 방문하였다. 그곳 무슬림들은 또 다른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일몰 시각이 늦은 까닭에 일몰 예배와 저녁 예배(거의 자정에 가까운 시각이다)를 일일이 지키다 보면 다음날 아침을 맞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일부 사원에서는 아예 일몰 예배(마그레브 예배)와 저녁 예배(에샤 예배)를 통합하여 드리는 곳도 있다. 비 이슬람 사회에서 바쁜 일상을 사는 무슬림들이 날마다 변하는 기도 시간을 제대로 챙길 수 없는 것을 배려한 조치다.
풍경 2, 중동 지역의 주일 오전 예배
요르단을 비롯한 중동 지역이나 이슬람 절대 다수 지역의 한인들은 주일 예배로 모이는 경우가 드물다. 대개의 경우 현지의 공휴일인 금요일 낮에 전체 예배로 모인다. 이스라엘 지역은 안식일인 토요일 오전에 전체 예배로 모이고 있다. 요르단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학교도 관공서도 주일에는 모두 정상적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주일 오전에 모일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묘한 것은 현지 교회 대부분은 주일 오전에 주일 예배를 드린다는 점이다. 이 예배에 참석하는 현지인들이라면 그 시간에 예배에 참석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람들일 것이다. 학교도 정상 수업을 하고 직장도 정상 근무를 하는데 누가 그 시간에 예배에 참석할까? 사실 토박이 기독교인들은 현지 사회에 깊게 동화되지 않고 사는 이들이 많다. 기독교 학교에 다니는 기독교인 자녀들, 기독교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 자영업자들, 직장에서 나름대로 위치가 있는 중견 인사들과 외국인 선교사들이 주를 이룬다. 그 시간에 예배 나와도 전혀 불편함이 없는 이들이 예배에 참석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기독교인들이 주일 예배에 참석하기는 쉽지 않다. 외국인 교회들조차 현지 상황에 적응(?)하고 있는데 오히려 현지 토착 교회(개신교와 구교 포함하여)들은 여전히 자기 방식을 고수한다. 이것을 두고 지조가 곧은 것이라 해야 할까, 아니면 폐쇄적이고 자족적인 모습이라고 해야 할까 모를 일이다.
풍경 3, 프랑스와 스페인의 이슬람 공동체
지난해 4월 8일 금요일 낮, 프랑스 파리 근교의 한 이슬람 사원을 찾았다. 이제까지 지켜본 이슬람 사원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다가왔다. 32세의 담당 성직자 덕분인지 아니면 주변에 학교가 많아서인지 모르지만 사원 예배는 사뭇 진지하고 잘 준비되어 있었다. 예배 시간 1시간여 전부터 사원에 와서 꾸란을 읽거나 생각을 가다듬는 무슬림 학생들이 적지 않았다. 이렇듯 진지한 무슬림 예배자들을 그동안 별로 볼 수 없었던 나로서는 적지 않은 도전이었다. 지난해 7월 하순에 둘러본 스페인 남부 연안 타리파의 이슬람 공동체는 또 다른 이미지를 연출했다. 북아프리카 출신 무슬림들이 적지 않은 그곳에서 이슬람 사원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았다. 예배 시간이 되었지만 사원으로 모여드는 무슬림들은 별로 없었다. 예배자 수가 많지 않아도 별로 고민하지 않는 듯했다.
반이슬람 정서는 집단 최면 같은 것
‘유럽이 이슬람화 되고 있다!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 ‘유럽은 이슬람의 한 지방이자 식민지가 되어 가고 있다.’ 이런 식의 위기감을 느끼는 유럽인들이 의외로 많다. 유럽 안에서 반 이민 정책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다. 고작 유럽 인구의 4%도 안 되는 이슬람 인구를 두고 벌어지는 진풍경이다. 이민자들에 대한 다양한 형태의 규제와 차별을 시도하는 움직임도 이전에 비해 두드러지고 있다. 프랑스에서 독일에서, 스위스에서, 네덜란드에서 그리고 여타 유럽 국가에서 이슬람권 이민자들에 대한 차별 정책이 논란이 되고 있다. 직장과 학교, 관공서 등 공공기관에서 무슬림 여성의 히잡을 금지하는 움직임이 드세어지고 있다. 물론 명목적으로는 이들 장소에서 모든 종교적 상징물 착용을 금지한다는 것이었지만, 무슬림을 겨냥한 조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독일은 공립학교에서 무슬림 교사들의 히잡 착용을 금지했다. 네덜란드는 범죄와 연루됐다고 판단되는 이슬람 사원을 폐쇄했다. 영국은 북아프리카 출신의 이슬람 성직자 중 폭력을 조장한다고 여겨지는 이들을 언제든 내쫓을 수 있는 법을 만들고 있다. 히잡 착용 논쟁에서부터 취업 제한 시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터키의 유럽연합 가입 건이 지지부진한 이유도 터키가 이슬람 국가라는 유럽의 경계심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유럽 사회에 번져 가고 있는 반이슬람 경향을 이슬라모포비아(이슬람 혐오증)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슬람 세계의 반미 반서구 경향이 대부분 개인적인 성향인 데 비해, 유럽과 북미 등 서구에서의 반 이슬람 정서는 사회적인 경향이라는 특징이 있다. 그런 흐름에 한국인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중동 정세가 악화되면 한국인의 국민 정서는 반 이슬람 경향을 보이곤 한다. 몇 안 되는 국내 이슬람 사원 주변은 특별 경계에 들어간다. 일부 과격한 집단이나 개인들이 저지른 테러와 위협의 피해자인 평범한 무슬림과 이슬람 지역에 사는 개인들이 가해자로 둔갑하는 순간이다.
이슬람권의 비공식 크리스천 많다
이슬람권 이민자의 유럽과 서구 유입은 새로운 기회다. 사실 이슬람 인구가 계속 팽창하고 있다지만 믿을 만한 정보는 아니다. 이슬람 국가들 어디에서도 사실상의 종교 인구 조사는 이뤄지지 않는다. 가구 조사 자체가 종교 인구 조사일 뿐 개인의 종교나 신념을 묻는 조사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본인의 의사나 신념, 종교와 관계없이 집안에 따라 기계적으로 종교 인구 조사가 이뤄지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나는 이슬람 인구 증가라는 통계를 신뢰하지 않는다.
그런데 실제 종교 인구를 알 수 있는 몇 가지 척도가 있다. 그것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이뤄지는 종교 인구 조사 결과다. 대표적이라 할 수 있는 미국 내 아랍 이슬람권 출신자들에 대한 종교 인구 조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랍 이민자 단체에 따르면 미국 내 거주 아랍인들(아랍어를 국어로 사용하는 22개 국)은 최소한 350만 명에서 700만 명으로 추산한다. 그런데 아랍 단체들에서 나온 종교 인구 조사 결과는 상징적이다. 아랍 이슬람권의 종교 인구는 무슬림이 전체 국민의 90%를 훨씬 넘고 있다. 그중 개신교인의 수는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런데 미국 내 아랍인의 종교 인구 조사는 전혀 다른 결과를 보여 준다. 무슬림의 인구는 24% 정도이고 개신교가 11%를 비롯하여 기독교 인구가 68%에 달하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이를 원래 기독교인이던 사람들이 이민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민자 중 기독교 인구가 별로 없는 지역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평가는 적절하지 못하다. 또 다른 분석은 무슬림들이 이민 와서 기독교 신앙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슬람권에서 사실상의 종교 인구 조사가 이뤄지지 않는 까닭에 공식적, 법적으로는 무슬림, 비공식적으로는 기독교인 사람이 많다는 평가 또한 가능하다.
익명의 기독교인들이 이슬람권 안에 가득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전혀 무의미하거나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다. 사실상 개인 종교를 조사한다면 지금과 같이 무슬림이 90% 이상이라는 통계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미국 내 아랍 인구 종교 실태 조사와 같거나 그와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이다. 이슬람권 인구의 유럽과 미주 유입은 익명의 기독교인들이 기독교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드러낼 수 있는 기회라고 보아야 한다. 아울러 유럽과 미주에 살고 있는 무슬림들이 우리의 신앙에 대한 어떤 편견이나 선입견이 아닌 그 실체를 체험할 수 있는 살아 있는 기회가 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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