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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싸구려 호텔입니다" 솔직함이 부른 대박
지평선의순례자
2012. 5. 24. 08:06
이계평 IGM 교수·이고운 연구원
[IGM과 함께하는 리더의 딜레마 해결]
네덜란드 '한스 브링커 버짓 호텔' - 단점투성이의 허름한 시설 숨기기보단 당당하게 드러내
배낭여행객 명소로 떠올라
치명적 결점도 장점으로 바꿔야 솔직한 모습이 매력 될 수 있어
◇딜레마전자 회사인 A사는 얼마 전 새로운 휴대전화를 출시했다. 향상된 성능과 세련된 디자인으로 이 휴대전화는 출시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아 왔다. 예상했던 대로 출시하기 무섭게 제품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그런데 3개월 후 문제가 발생했다. 통화 도중에 소리가 끊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항의가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한 것. 사실 이는 개발 과정에서 예상했던 문제였지만 A사는 딱히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는 방법은 휴대전화 내부에 집어넣은 안테나를 외부로 빼는 것인데 이것은 제품 디자인을 망치는 일이기 때문이다. 결국 A사는 이 문제를 덮고 제품을 출시하기로 했던 것인데…. 소비자들의 반응이 점점 더 심상치 않다.
◇해법
사실 어떤 제품이라도 단점은 한두 가지씩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것이 너무 치명적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사실 앞 상황은 애플이 아이폰4를 출시할 때 상황을 재구성한 것이다. 아이폰 4의 전화 끊김 현상에 문제가 제기됐지만, 애플은 안테나가 내부에 들어가 있는 모든 휴대폰이 가진 단점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니라는 태도를 유지했다. 하지만 많은 소비자가 이 문제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자 그제야 애플은 궁여지책으로 휴대전화 케이스를 구매자들에게 무료로 지급하며 소비자들을 달랬다. 결국 이 사건으로 애플은 '진실 은폐자'라는 불명예를 얻었고, 상당 고객을 경쟁자인 삼성전자에 빼앗기는 피해를 보았다.
"물건을 팔려고 막 소리치면 모두 떠난다. 하지만 본심을 얘기하기 시작하니 사람들이 몰려든다."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진정성 마케팅의 세계적인 권위자 제임스 길모어의 말이다. 그렇다면 소비자는 언제 진정성을 느낄까? 바로 기업이 '있는 그대로' 모습을 보여줄 때이다. 설사 그것이 치명적인 약점이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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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점을 당당하게 내세우는 네덜란드 한스 브링커 버짓 호텔의 광고들. ‘쉬는데 놀라게 해서 죄송합니다’라고 쓴 광고(왼쪽)는 아무 때나 직원이 청소하러 객실로 들어갈 정도로 서비스가 나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매트리스 침대 하나만 달랑 있는 객실 모습을 공개하고(오른쪽 위), 난방이 안 돼 큰 타올로 온몸을 감고 추위를 견디는 광고(오른쪽 아래)를 내보내면서 ‘친(親)환경’호텔임을 내세우고 있다. /한스 브링커 버짓 호텔 홈페이지
이 호텔이 낸 광고를 보자. 우선, 허름한 방에 침대 매트리스만 하나 덩그러니 놓여 있다. 그리고 천연덕스럽게 "이건 당신 집입니다" 하고 말한다. 1차 광고에 이어 2차, 3차 광고에도 "뭐 대단한 걸 기대하지 말아요. 원래 집이란 게 다 그렇잖아요?" 하고 말한다. 한술 더 떠 "한스 브링커 버짓 호텔, 더 이상 나빠질 게 없습니다. 커튼을 젖혀봐야 건물에 가려 볼 것이 하나도 없으니 전망 좋은 방 같은 건 기대하지 마세요"라고까지 얘기한다.
자, 그럼 이렇게 단점투성이인 호텔을 누가 뭣하려고 이용할까 싶지 않은가? 그런데 놀랍게도 이 모든 단점은 '저렴한 가격'이라는 장점을 부각하는 효과를 가져와 알뜰 여행객을 끌어모았다. 고급스러운 장식과 부대 시설, 과도한 서비스 등은 가격을 올리는 군더더기일 뿐이란 메시지를 전하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별로 기대할 게 없음을 당당하게 밝힌 이 호텔의 솔직함을 좋아했다. 기대가 없으니 실망도 없는 법. 호텔을 찾은 고객들로부터 소문은 점점 퍼졌고 전 세계 배낭여행객들이 꼭 머물고 싶은 곳이 되었다.
그 어떤 제품, 서비스도 완벽할 수가 없다. 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사실 소비자들에게 이를 일일이 드러낼 필요도 없다. 그런데 만약 그 단점이 누구나 불편해할 만한 것이라면 오히려 당당히 먼저 드러내는 것이 좋다. 어차피 알게 될 테니까. 그런데 이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단점을 단점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하는 것인데, 이 호텔처럼 "우리는 싸구려다"가 아닌 "우린 싸구려다. 하지만 그래서 집처럼 편안하고 저렴하다"고 말이다.
폴크스바겐사가 미국에 뉴비틀을 출시할 때도 같은 전략을 사용했다. 지금은 소형차 마니아도 많지만 그 당시만 해도 소형차를 찾는 미국인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승차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국인에게 소형차는 기피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폴크스바겐은 어떻게 했을까? 아예 소형이란 단점을 당당하게 떠벌렸다. "작은 것도 생각해봐요, 폴크스바겐은 당신의 집을 더 넓어 보이게 합니다" 하고 말이다. 이 광고는 한 번도 '작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지 못했던 미국인들에게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고, 세계 100대 광고 캠페인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광고가 나간 후 뉴비틀은 미국 시장을 석권해 나갔고, 1965년에는 수입차 시장점유율의 67%를 차지하는 경이로운 기록을 낳았다.
만약 애플이 아이폰 수신 결함을 미리 말했다면 어땠을까? "우리 애플은 고객에게 세련된 디자인을 선사하기 위해 항상 노력합니다. 이번 아이폰4는 수신 불편이 약간 있을 수 있지만 최상의 디자인을 위해 과감하게 감수했습니다" 하고 말이다. 치명적인 단점으로 고민하고 있다면 이를 오히려 당당하게 드러내라. '있는 그대로'를 솔직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이 단점이 이익이 되는 상황을 찾아 어필하는 것이다. 이렇게 한다면 기업의 단점이 오히려 고객을 끌어모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