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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이 종교를 희화화했다는 당신이 더 웃겨

지평선의순례자 2012. 7. 28. 14:00


듀나/소설가·영화평론가


[한겨레] 포털 사이트를 뒤적거리다가 인덱스 페이지에 ‘유부녀가 교회 장로 유혹해 성관계’라는 제목을 떡 걸고 있는 기사를 발견했다. 앞에 ‘영화’라고 말머리가 붙어 있지 않았다면 사회면 기사인 줄 알고 지나쳤을 거다. 하지만 막 〈밀양〉(사진) 시사회를 보고 난 뒤에도 그런 착각을 할 수는 없다.

사실을 곧장 이야기하자면 〈밀양〉엔 정말 그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영화가 그런 장면을 담는 것과 기껏해야 몇 분 나오고 비중도 그만큼이나 하찮은 장면을 끄집어내어 기사 제목으로 다는 건 사정이 다르다. 전자가 어떤 의미인지는 영화를 봐야 알 일이지만 후자는 사전 지식 없이 봐도 그냥 천박하고 얄팍하다.

여러분이 〈밀양〉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다면, 난 이청준의 〈벌레 이야기〉를 각색한 이 영화가 최근 들어 나온 한국 영화들 중 고전적인 기독교물에 가까운 몇 안 되는 작품들 중 하나라고 말할 것이다. 영화는 극도로 끔찍한 고통을 받는 주인공을 통해 신과 믿음과 종교와 구원의 가능성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더 이상 무엇을 바라는가? 이 영화가 고전적인 종교 영화와 다른 점이 있다면 영화가 종교의 도그마에 사로잡혀 있지 않고 할렐루야의 합창으로 끝나는 적극적인 해피엔딩으로 맺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이야기가 거짓말이 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순식간에 ‘반기독교적’이라는 의심을 받고 비판의 대상이 된다. 그러는 동안 주인공의 고통과 영적 탐구는 송두리째 무시되고 ‘유부녀가 교회 장로 유혹해 성관계’만이 부각된다. 마치 대한민국 땅에 바람 피우는 교회 장로가 단 한 명도 없는 것처럼. 교회와 신도들이 희화화되었다는 주장 역시 얄팍하다. 사람들이 영화를 보면서 신자들의 모습을 보고 웃었다면 그건 영화가 특정 부분을 과장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런 기독교 신자들에 대한 보통 사람들의 반응이 그렇기 때문이다. 사실적인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건 단점이 아니라 장점이다.

이런 이들은 그들이 ‘희화화되었다고’ 생각하는 〈밀양〉의 기독교인들보다 훨씬 얄팍하다. 영화 속의 기독교인들은 고통 받는 주인공을 도우려 했고 주인공이 어떤 이상 행동을 해도 그를 이해하려 했고 관대했으며 주인공이 없는 자리에서 그 사람의 영혼을 위해 기도회도 열었다. 하지만 ‘반기독교’의 트집을 잡는 사람들은 고통 받는 영혼 대신 ‘유부녀가 교회 장로 유혹해 성관계’만 본다.

도대체 누가 더 우스꽝스러운가? 더 웃긴 건 후자가 누군가에 의해 ‘희화화’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그냥 그들 자신이다.

듀나/소설가·영화평론가